서비스 개발을 하는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AI 도입에 대해 막연한 부담감을 느끼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그 부담감의 근원을 파고들면 대개 **‘학습(Training)’**이라는 용어가 주는 오해에서 비롯됩니다.
“모델을 서비스에 붙이면, 유저 데이터를 먹고 실시간으로 학습해서 똑똑해지는 건가요?” “그럼 그 학습 과정을 우리가 통제할 수 있나요? 이상한 걸 배우면 어떡하죠?”
만약 이런 고민을 하고 계셨다면, 잠시 걱정을 내려놓으셔도 좋습니다. 오늘 그 오해를 개발자의 언어로 풀어드리겠습니다.
‘학습’은 빌드타임, ‘추론’은 런타임
가장 먼저 바로잡아야 할 것은, 우리가 서비스에 배포하는 AI 모델은 대부분 ‘얼어있는(Frozen)’ 상태라는 점입니다.
개발 용어로 비유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개념 | AI 용어 | 개발 용어 비유 | 설명 |
|---|---|---|---|
| 모델 만들기 | 학습(Training) | 빌드타임(Build Time) | 엄청난 리소스와 시간이 필요 |
| 모델 사용하기 | 추론(Inference) | 런타임(Runtime) | 요청을 받아 결과를 반환 |
우리가 서비스를 운영할 때, 실행 중인 바이너리 코드가 스스로 자기 코드를 수정하며 진화하지 않습니다. AI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델은 배포되는 순간, 더 이상 ‘배우는 학생’이 아니라 **‘지시대로 일하는 노동자’**가 됩니다. 우리가 걱정해야 할 영역은 학습이 아니라, 이 노동자가 일을 잘하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도서관 비유로 이해하는 AI 구조
그렇다면 최신 정보는 어떻게 반영하고, AI는 어떤 역할을 하는 걸까요? 저는 이 구조를 **‘도서관’**에 비유하곤 합니다.
| 구성 요소 | 도서관 비유 | 설명 |
|---|---|---|
| AI 모델 (LLM) | 사서 | 언어 능력과 추론 능력을 갖춘 존재 |
| RAG / DB | 서고 | 서비스 데이터와 최신 정보가 저장된 공간 |
| 프롬프트 | 업무 지시서 | 사서에게 일을 시킬 때 주는 가이드라인 |
서비스 개발자인 우리가 매일 하는 일은 **‘도서관에 신간을 채워 넣는 일(DB 업데이트)’**입니다. 사서(AI)는 우리가 채워 넣은 책을 필요할 때 꺼내서(Retrieve), 내용을 읽고 조합해서 사용자에게 전달(Inference)할 뿐입니다.
여기서 많은 분이 두려워하는 **‘학습(Fine-tuning)’**은 **‘사서를 대학원에 보내 재교육시키는 일’**에 해당합니다. 사서가 기본적인 문해력이 부족하거나,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특수 도메인을 다뤄야 할 때만 필요한 엣지 케이스입니다.
대부분의 비즈니스 문제는 사서를 재교육(학습)시키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 가지로 해결됩니다:
- 똑똑한 사서 채용 - 좋은 기본 모델 선택
- 좋은 업무 매뉴얼 - 잘 설계된 프롬프트
- 정리된 서고 - 구조화된 RAG/DB
AI는 ‘의미 처리 가속기’다
이렇게 구조를 파악하고 나면, AI는 더 이상 두려운 미지의 존재가 아닙니다. 그저 우리 시스템 아키텍처에 꽂아야 할 하나의 **‘부품’**일 뿐입니다.
컴퓨터의 역사는 ‘처리의 가속화’였습니다.
| 하드웨어 | 가속화 대상 |
|---|---|
| CPU | 계산과 로직(if-else) 처리 |
| GPU | 그래픽과 픽셀 처리 |
| AI (LLM) | 의미(Semantics)와 맥락(Context) 처리 |
우리는 그동안 if (text.contains("사과")) 같은 코드로 인간의 언어를 기계적으로 처리하느라 고생했습니다. 이제는 그 ‘의미 처리’를 전담해 주는 고성능 가속기(AI)가 생긴 것입니다.
마치며
AI 시대라고 해서 개발자가 AI 모델을 직접 만들거나 수식을 이해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가 MySQL의 내부 엔진 소스코드를 몰라도 훌륭한 백엔드 서버를 구축할 수 있듯이, AI라는 **‘똑똑한 사서’**를 우리 서비스의 어느 데스크에 앉히고, 어떤 권한을 줄지 설계하는 아키텍처링 능력은 여전히 유효하며 더 중요해졌습니다.
AI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지 마십시오. 그것은 스스로 생각하고 반란을 일으키는 인공지능이 아니라, 우리가 입력한 데이터를 확률적으로 가장 그럴듯하게 처리해서 반환하는 **‘함수(Function)’**이자 **‘도구(Tool)’**입니다.
도구는 두려워할 대상이 아니라, 손에 익혀서 잘 써먹어야 할 대상입니다.

